
총알보다 멀리 가는 노래
― 3월 성인 영화비평,《노래로 쏘아올린 기적》을 다시 보다
3월의 영화비평 수업을 준비하면서,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지금, 이 시기에 이 영화를 보는 의미는 무엇일까?"
아랍권 음악 오디션에서 우승한 팔레스타인 청년의 성공 이야기가
어떻게 우리 삶의 이야기로 이어질 수 있을까?
왕성한 사회참여를 유도하거나 감정적 연민을 일으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는 이 영화를 사람이 어떻게 절망 속에서 ‘자기 목소리’를 지켜내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보고 싶었다.
무함마드 아사프가 거쳐온 여정은 단지 가자지구의 소년이 세계 무대에 선 성공기가 아니다.
그의 목소리는 자신의 존재가 부정당하는 세계 속에서, 그래도 노래하고 싶다는 감정의 외침이었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오래도록 가슴이 먹먹했다.
한 사람이 어떤 공간 안에 갇혔을 때,
그를 가둔 것은 분리장벽만이 아니라,
“네가 뭘 할 수 있겠어”라는 사회의 냉소, 혹은 “너는 여기까지야”라는 내면의 체념일지도 모른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들이 이 영화를 3월 수업 영화로 선택하게 만든 이유였다.
수업을 듣는 성인 학습자들에게도 그저 ‘감동 실화’로 소비되기보다,
자기 자신의 꿈을 어디까지 허락하고 있는가를 되묻는 경험이 되었으면 했다.
가자지구, 삶이 시작되지 못하는 곳
영화 속 무함마드는 실제로 출생의 순간부터 경계 안에 묶인 존재다.
국경을 넘기 위해 검문소를 통과해야 하고, 악기를 들고 다니는 것조차 감시의 대상이 된다.
사람들은 그에게 ‘그래서 결국은 무대에 섰잖아’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가 몇 번이나 그 꿈을 포기했는지에 더 주목했다.
가자지구의 현실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변하지 않는다.
우리가 그를 응원하는 방식은 단지 ‘아름다운 성공’의 사례로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목소리를 우리의 현실과 감정의 구조 안에 연결시키는 일일 것이다.
나는 수업에서 이 영화의 배경을 이야기할 때,
팔레스타인의 정치 상황이나 분쟁의 역사만이 아니라,
그 공간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한 선택을 해나가는가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에게도 매일 부딪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노래는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
하니 아부 아사드 감독은 《천국을 향하여》나 《오마르》 같은 영화에서
총을 들고 싸우는 인물들을 자주 다뤘다.
그러나 《노래로 쏘아올린 기적》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투쟁을 다룬다.
영화 속 무함마드는 총도, 거대한 연설도 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노래한다.
그러나 그 노래는 검문소도 뚫고, 통제의 시스템도 뚫고, 대중의 마음을 움직인다.
나는 이 영화가 말하는 "정치"란, 바로 ‘나로 존재하고자 하는 행위’ 그 자체라고 느꼈다.
아사프는 누나를 잃은 후 무너진다.
꿈을 버리려 한다.
하지만 그 무너짐 속에서 그는 비로소 ‘자기 목소리’를 찾는다.
그 목소리는 누나의 것이기도 하고, 친구들의 것이기도 하며,
나중에는 팔레스타인 전체의 것이 되어버린다.
이 영화는 이렇게 묻고 있다.
"내 목소리는 누구의 목소리와 연결되어 있는가?"
나의 자리에서, 나의 목소리로
수업을 준비하면서 나는 생각했다.
"지금 나의 자리에서 나는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는가?"
교육자로서, 연구자로서, 또 한 명의 시민으로서 나는 내가 믿는 바를 전하고 있지만,
그게 정말 ‘나의 목소리’였는가, 아니면 세상이 기대하는 방식에 맞춘 교육적 화법이었는가.
무함마드 아사프는 오디션에서 ‘감동’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는 그저 자기가 늘 부르던 방식으로 노래한다.
하지만 그 진심이,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나는 이 수업에서 학습자들이 그런 자기만의 목소리를 떠올려볼 수 있길 바랐다.
노래든, 글이든, 관계든,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 삶을 걸고 목소리를 낸 적이 있는가.
그 목소리는 누구를 향해 있었는가.
우리가 함께 나눈 이야기들
수업 후반부, 영화의 장면들을 되짚으며 우리는 이런 이야기들을 함께 나눴다.
누군가는 “내가 꿈꾸는 걸 스스로 허락하지 않았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누군가는 “내가 너무 이기적으로 느껴졌던 시간에도 누군가 나를 지지하고 있었다는 걸 이 영화 덕분에 떠올렸다”고 했다.
우리는 공감했고, 삶이 한계를 설정해도 감정은 그 너머로 흐른다는 걸 확인했다.
"세상이 내 가능성을 가로막더라도, 나는 노래할 수 있다."
그 말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문장이었다.
꿈이 닿는 거리
《노래로 쏘아올린 기적》은 누군가에게 ‘팔레스타인의 감동 실화’로 남겠지만,
내게는 삶의 조건을 넘어 존재하는 감정의 진실을 이야기한 영화로 남는다.
가자지구를 벗어나 무대에 오른 한 사람의 여정은, 단지 국경을 넘은 사건이 아니다.
그는 꿈의 반경을 넓히는 방식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자신의 목소리를 삶의 중심으로 세우는 용기, 그것이 이 영화가 남긴 가장 깊은 울림이다.
“지금, 당신의 목소리는 어떤 노래를 부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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